시속 1만9천㎞로 화성 대기권 진입해 7분뒤 사람 걷는 속도로 착륙
대기권 통과때 태양표면 맞먹는 고열…카메라·센서로 안전 착륙지점 수색
무사 착륙 뒤 트위터로 인사 메시지 보내고 주변 이미지 올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터치다운(touchdown) 확인!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안전하게 화성 표면에 도착했고, 과거 생명체의 흔적 탐색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지도·항해·통제책임자 스와티 모한은 한국시간으로 19일 오전 5시 58분께 화상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안착한 것으로 확인되자 이렇게 소리쳤다.
CBS 방송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긴 했지만 이 연구소에 있던 비행 엔지니어들은 착륙이 확인되자 걱정이 안도로 바뀌면서 환호하고 박수를 쳤다.
퍼서비어런스의 착륙은 '화성에서 시도된 가장 고난도의 착륙'으로 평가됐다. NASA의 과학자들이 이번 착륙을 '공포의 7분'(7 minutes of terror)이라고 부른 이유다.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대기와의 마찰로 태양 표면에 맞먹는 고온과 지구 중력의 10배에 달하는 제동력을 견디면서도 목표한 착륙 지점에 정확히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이날 화성 대기권에 시속 1만2천여마일(약 시속 1만9천300여㎞)의 속도로 진입했는데 무사히 착륙하려면 7분 이내에 이를 0으로 감속해야만 했다. 이 진입 속도는 여객기의 평균 순항 속도인 시속 925㎞의 20배가 넘는다.
또 이 때문에 퍼서비어런스의 보호 열 장갑판은 강철을 녹이는 수준인 약 1천299도에도 견디도록 설계됐고, 시속 1천마일(약 1천600㎞) 이하로 속도를 늦춘 뒤에 사용할 지름 70피트(약 21m)짜리 낙하산도 탑재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착륙 1분을 남기고는 이 낙하산을 분리한 뒤 8개의 역추진 로켓 엔진을 점화해 고도 21m 지점에서는 속도를 사람이 걷는 것보다 더 느린 약 시속 2.7㎞로 늦춰 착륙했다.
거기에다 착륙 지점에 산재한 가파른 절벽이나 모래 언덕, 커다란 바위, 충돌 분화구 등도 모두 피해 발을 디뎌야 했다. 여기에는 여러 개의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등이 장착된 차세대 가이던스 시스템이 동원됐다.
특히 이 모든 과정은 퍼서비어런스 스스로 수행해야 했다. 이 로버에서 보낸 무선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는 데만 11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7분 만에 이뤄지는 착륙 과정을 지구의 관제소에서 제어하거나 돕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퍼서비어런스의 진입·하강·착륙(EDL)을 지휘한 앨런 첸은 "EDL이 이번 임무의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지금껏 만든 것 중 가장 크고 무거우면서 가장 복잡한 로버를, 우리가 시도해본 것 중 가장 위험한 지점에 착륙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이날 화성에 무사히 착륙한 뒤 "세계야, 안녕"(Hello, world)으로 시작하는 트윗과 함께 처음으로 포착한 착륙지점 주변의 이미지를 올렸다. 이 문구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가장 처음 만들어보는 예제 문구로 널리 쓰이는 표현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앞으로 수년간 화성에 머물며 39억년 전 존재했던 이 행성의 고대 호수에 미생물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흔적을 수색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로 불리는 고대의 삼각주 추정 지역에서 암석·토양을 채취해 여기에 미생물의 화석이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물은 오래전 사라졌지만 호수의 하상(河床)에는 이런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CBS는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의 로봇 지질학자"로서 앞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렇게 수집한 화성의 각종 샘플들은 2030년대에 지구로 보내질 예정이다.
sisyph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2/19 09: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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