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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년 PC게임 강자 블리자드의 변신…"모바일·콘솔 다 하겠다" - 매일경제

"30년 전에는 20대 개발자 서너 명이 픽셀도 색상도 한정적인 컴퓨터로 3개월 동안 개발해 게임을 만들었죠. 이제는 환경이 바뀌어 300여 명이 5년 이상 게임을 개발해야 해요. 하지만 이용자들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핵심 가치는 그대로입니다."

블리자드 설립 30주년을 맞아 J 앨런 브랙 사장과 앨런 애드햄 선임 부사장 겸 공동 설립자가 20일(현지시간) 매일경제신문과 영상으로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부터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오버워치까지 수많은 인기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만들어내며 PC 게임 세계적 명가로 자리 잡은 회사다. 지난주 말 블리자드는 자체 게임쇼 '블리즈컨'을 온라인으로 전환한 '블리즈컨라인'을 개최했다.

사실 블리자드는 대표적인 '친한파' 게임사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인지 중국과 관련된 논란을 빈번하게 겪었다. 홍콩 시위 지지 발언을 한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응와이청의 징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고, 모바일 게임 개발을 위해 중국 게임사 넷이즈와 협업했다가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엔 설날을 맞아 호랑이와 까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오버워치 한국 테마 스킨을 내놨다가 중국 유저들의 공격을 받았다.

브랙 사장은 "이번 오버워치 스킨은 아시아 각국의 설날을 기념하고자 했던 것인데, 어떤 특정 문화나 지역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 때 좋아하는 이도, 싫어하는 이도 있게 마련"이라며 "블리자드는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와 지역을 반영하고 모든 이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정리했다. 브랙 사장은 본인이 한국 특공무술 유단자이기도 하고, 방한할 때마다 직접 PC방을 찾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블리자드의 미래 계획에 대해서도 솔직한 얘기들을 꺼냈다. 그동안 블리자드는 북미를 대표하는 게임사로 성장해 왔지만 지난 몇 년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블리즈컨 2018'에서 차기작으로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 제작을 공개했다가 놀림을 받았고,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최악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결국 환불을 허용하기도 했다. 2018년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후 매출과 주가가 함께 하락세를 보인 배경이다.

창립 멤버로 블리자드의 모든 역사를 함께해 온 애드햄 선임 부사장은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향후 기대감이 오히려 더 높고 앞으로가 전성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애드햄 선임 부사장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성공 이후 워크래프트3에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욕심을 내며 실수하기도 했다"고 돌아보며 "실수할 때마다 수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런 교훈을 이후에 신중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어려운 시기도 이겨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이번 블리즈컨라인에서 공개한 블리자드의 신작은 대표작 디아블로2를 리마스터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다. 이 밖에도 초창기 개발작 3종을 최신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게 한 '블리자드 아케이드 컬렉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초기 모습을 재현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래식'의 첫 확장팩 '불타는 성전 클래식'도 함께 공개됐다.

모바일이나 콘솔 같은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도전 계획을 묻자 브랙 사장은 "블리자드가 슈퍼 닌텐도나 세가처럼 콘솔 게임 개발사로 시작했지만 이후 PC 게임을 주력으로 삼았다"며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첫 디아블로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X로 출시했고, 오버워치 1은 콘솔과 PC로 동시에 출시한 적이 있다"며 "모바일을 빠르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하스스톤으로 시작했고 디아블로 이모탈 역시 디아블로 특유의 강력한 전투를 모바일로 즐길 수 있게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플랫폼과 무관하게 훌륭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며 이용자들의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과거의 IP만 반복해서 재창조하겠다는 계획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브랙 사장은 "이제 더 이상 리마스터할 게임은 없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이는 최근 새로운 IP나 장르 게임을 만드는 도전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듣는 국내 게임사에도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

애드햄 선임 부사장은 "한국 게임사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며 "하나의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을 좋아하는 팬들이 생기면 그걸 포기할 수는 없다. 이미 라이브 서비스가 진행되는 게임에 대해선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또 한편으로는 애초에 게임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나온 창조적인 스파크(열정)를 게임 개발자들이 계속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전 세계 모든 게임사는 기존 게임을 지원하면서도 새로운 개발을 계속하며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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