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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한 발자국 늦은 비운의 천재들 – Sciencetimes - Science Times

138억 년 전 우주는 거대한 폭발 ‘빅뱅(big bang)’으로부터 생겨났다. 조르주 르메르트(Georges Lemaitre)는 우주의 점진적 팽창론을 인식하고 ‘우주는 원시 원자들의 폭발로 시작됐다’는 현재의 빅뱅 우주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르메르트의 이론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1964년 빅뱅의 우주 잔광인 우주 배경 방사선이 발견되면서 비로소 그의 빅뱅 우주론의 증거가 밝혀졌으나 아차, 한 발자국 늦었다. 그는 이미 임종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 배경 복사를 밝힌 아르노 펜지어스(Arno Penzias)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은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1964년 힉스 보손의 존재를 예측했던 로버트 브라우트(Robert Brout)도 조지 르메르트와 같이 노벨상 수상을 놓친 비운의 천재다. 그는 힉스 보손을 발견한 삼인방 중 피터 힉스(Peter Higgs)와 프랑수아 앙글레르(Francois Englert)는 무려 49년 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이론을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로버트 브라우트는 수상 2년 전에 사망하여 함께 노벨상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9년 간의 NASA WMAP 데이터로 만들어진 초기 우주의 모습. ⓒ NASA / WMAP Science Team

빅뱅 이론의 실질적 아버지, 조르주 르메르트

1927년 우주의 탄생론인 ‘빅뱅’ 이론이 처음 제시됐던 르메르트는 과학계와 종교계에 엄청난 저항에 직면했다. 세기의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팽창하지도 수축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우주론은 당시 주류 이론이었던 ‘정적 우주론’이었다. 우주는 예전부터 그대로 변함없이 있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이와는 반대로 러시아의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먼과 르메르트 등은 우주가 풍선처럼 팽창하고 있다는 ‘동적 우주론’을 주장했다.

빅뱅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르주 르메르트(Georges Lemaitre). ⓒ 김은영/ ScienceTimes

르메르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게 된 것은 2년 후인 1929년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이 은하들의 적색 이동을 조사한 끝에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부터다. 하지만 관측 증거로는 빅뱅 이론을 완전히 밝힐 수 없었다.

조르주 르메르트(왼쪽)과 아인슈타인(오른쪽). 이들은 상반된 우주론에 대한 설전을 펼쳤다. ⓒ위키미디어

그의 우주론이 지금의 빅뱅 이론으로 체계화되고 공식적으로 인정되기까지는 그 후로부터 38년이 지난 후다. 그의 빅뱅 이론을 뒷받침할 빅뱅의 전자기파인 우주 배경 복사가 1965년에 발견된다. 안타깝게도 르메르트는 임종을 앞두고 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다음 해 세상을 떠난다.

신의 입자 힉스 발견한 로버트 브라우트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역은 힉스 입자를 발견한 피터 힉스와 프랑수아 앙글레르, 로버트 브라우트였다. 1960년대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들은 우주가 각각 6개의 중입자와 경입자, 5개의 보손(힘)으로 구성된다는 표준모형을 제시해왔다. 2013년까지 다른 12개 입자의 존재는 확인되었으나 힉스 입자만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힉스 입자는 2012년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거대 강입자가속기를 통해 힉스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하면서 세상에 그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보손을 발견했지만 노벨상 수상 전에 사망한 로버트 브라우트. ⓒ위키미디어

힉스 입자는 신의 입자라 불리며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 열쇠로 일컬어져 왔다. 로버트 브라우트(Robert Brout, 1928~2011)는 1964년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함께 힉스 메커니즘의 논문을 발표하며 힉스 입자의 존재를 이론상으로 밝혔다. 이들의 이론은 무려 50여 년 후 빛을 발한다. 그 결과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하지만 힉스 메커니즘의 주역인 브라우트는 이 기쁜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 이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장수해야 한다는데 브라우트는 아쉽게도 자신의 이론이 실제로 입증되는 순간을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민은 우주를 상상하는 순간 사라진다. 끝을 알 수 없는 광대한 우주 공간 속에서 인간의 존재는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우주의 탄생 또한 마찬가지다. 우주의 탄생은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직결된다.

우주의 탄생은 빅뱅으로부터 일어났지만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르메르트와 브라우트와 같이 일생을 바쳐 우주의 신비를 풀어나간 과학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우주의 탄생에 조금씩 가까이 접근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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