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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사이버펑크 2077, 하드웨어 시장을 자극하다 - 위클리포스트


[2020년 12월 30일] - 지난 12월 10일, 많은 게이머가 기다리던 사이버펑크 2077이 출시됐다. 출시 시기가 꽤 지난 지금, 게임 자체의 평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플레이스테이션 4와 엑스박스 원 등 이전 세대 콘솔 게임기 환경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물론, 현세대 콘솔 게임기라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체감 환경은 조금 나아졌을지라도 각종 버그가 기다리고 있다.

PC판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양한 버그는 물론이고 진행 중 충돌로 인해 게임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지금이야 꾸준한 패치를 통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더 쾌적한 사이버펑크의 나이트 시티를 경험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사이버펑크 2077. 게임 자체의 논란은 뒤로하더라도 한 가지 이룬 점이 있다. 바로 하드웨어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이버펑크 홀로 이룬 업적은 아니다. 하드웨어의 판도는 게임 출시 이전부터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성능’ 뛰어난 하드웨어의 인기가 좋았다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광풍은 아니었다. 여러 요인이 맞물려 이뤄졌다는 것인데, 여기에 사이버펑크의 지분 또한 없지 않았다는 의미다.

게임 자체의 최적화는 뒤로하더라도...
다양한 광원 및 그래픽 효과에 최신 기술 대거 적용해

게임은 어쩔 수 없겠으나 출시 이전, 그러니까 엄청나게 주목받던 시절의 사이버펑크가 제안했던 사양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최고 그래픽과 4K 고해상도를 중심으로 한 울트라 사양에 지포스 RTX 2080 Super 혹은 RTX 3070, 광원 효과를 더한 RT 울트라 사양에는 RTX 3080이 전면에 나섰으니 말이다. 당연히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RTX 3070급 이상 그래픽카드가 필요했을 터다.


심지어 이 게임은 엔비디아와 협업이 긴밀히 이뤄졌다. 그래서 출시 이전에 RTX 효과에 대한 변화를 널리 알려왔고, 게이머들은 더욱 열광했다. 태양과 조명에 따라 자연스레 그려지는 그림자와 반사 효과, 현란한 그래픽 효과들은 고성능 최신 그래픽카드를 사지 않고는 안될 정도였다. 마케팅의 일환이라 치부하기에 눈 앞에 펼쳐진 화면은 상상 이상이었다.

참고로 엔비디아 차세대 그래픽 기술의 핵심은 ‘빛’과 ‘인공지능’이다. 지금까지 게임 그래픽에서 빛은 단순 시각적 요소에 불과했지만, 현실적인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빛의 상호작용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에 적용되던 광선추적(레이 트레이싱)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실시간 처리하기에는 하드웨어의 성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포스 RTX 그래픽카드에는 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코어 외에 레이 트레이싱과 인공지능 연산이 가능한 코어를 따로 배치했다. 다만 성능이 조금 떨어지므로 광선 추적을 우선 저해상도로 처리해 최적의 성능을 확보한 뒤, 이를 해상도에 맞추는 과정(업스케일링)에서 생기는 화질 열화를 인공지능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처리 성능을 한층 높여 더 자연스러운 광선추적과 그래픽 효과 처리가 가능해졌다.


실제로 사이버펑크 2077에서 RTX 효과를 활성화하면 실제까지는 아니지만, 뛰어난 그래픽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기본적인 광원 효과부터 시작해 광원에 의한 빛 반사(레이 트레이싱), 그림자, 불과 연기 등의 효과, 표면 효과 등 대부분이 적용됐다.

물론, 이 모든 효과를 적용하면 성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처음 RTX 기술이 접목된 지포스 RTX 20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풀HD 정도에서나 비교적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QHD 혹은 4K 해상도에서 그럭저럭 즐기려면 지포스 RTX 3070급 이상 그래픽카드를 가지고 와야 한다. 특히 4K 해상도에서도 RTX 3080 이상 그래픽카드를 써야 초당 60프레임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을 보여주니 타 다른 그래픽카드에서는 그래픽 옵션을 조절하거나 포기해야 할 정도다.

‘시대의 변화에는 매개체가 있어야...’
게임은 욕을 먹고 있어도 하드웨어 시장에 영향은 줬다

게임의 완성도 자체에도 불만이 많지만, 이렇게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가지고 와도 제대로 된 프레임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사이버펑크 2077의 문제 중 하나다. 물론, RTX 3080급 이상 그래픽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게이머라면 성능 자체로는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다. RTX 2080급 전후의 그래픽카드를 가지고 있는 게이머만 속이 탈 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과연 사이버펑크 2077은 PC 하드웨어 시장의 판도를 바꿨는가?’에 있다. 게임 자체의 논란을 뒤로하고 본론만 언급하자면 대답은 ‘어느 정도 그렇다’라고 볼 수 있겠다. 개발사인 CDPR과 엔비디아의 마케팅 합작이 빚은 결과물이라 해도 하드웨어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준 매개체 중 하나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연히 게임 하나가 지포스 RTX 3070, RTX 3080 등 고성능 그래픽카드 구매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국내에서 이들 최신 그래픽카드의 판매량이 고공행진 중인 이유는 게임 외에 성능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 세대 대비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줌으로써 전반적인 게이밍 환경의 개선을 노린 소비자들이 구매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다.

흔히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이유는 십중팔구 ‘게임’ 때문이다. 영상 편집이나 그래픽 프로세서(GPU) 가속에 필요한 성능을 얻기 위해 구매하기도 하겠지만, 아직은 대부분 게임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접근한다. 여기에 두 갈래 선택지가 있다. 프레임을 높이느냐, 그래픽 효과에 올인하느냐다. 최신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려는 목적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다. 사이버펑크 2077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증명하는 좋은 매개체인 셈이다.


지금도 그랬고 과거에도 그랬다. 하드웨어의 성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지포스 RTX 20 시리즈가 공개되던 시절 배틀필드 V와 메트로 엑소더스가 RTX 효과의 가능성을 열어줬다면, RTX 30 시리즈와 사이버펑크 2077은 그 가능성을 높은 수준으로 실현한 사례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하드웨어의 발전에는 소프트웨어도 함께하고 있던 셈이다. 비록 사이버펑크 2077의 결과물은 아쉽게 마무리됐지만, 하드웨어 시장에 남긴 발자취는 제법 크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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