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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은 과학관, 책으로 묶여 나오다 : 책&생각 : 문화 : 뉴스 - 한겨레

관객 소통 생명인 국립과천과학관
코로나19로 제구실 못하게 되자
연구자·기획자·해설자 총출동해
쉽게 전하는 이 순간의 과학뉴스
과학은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2022 최신 연구 트렌드
국립과천과학관 지음 l 시공사 l 1만8000원 책 표지가 딱 무크지다. 최신 과학트렌드를 소개하는 콘셉트. 특집 또는 기획을 기둥 삼고 성향이 유사한 분야의 아이템을 보조하는 무크지와 달리 아이템들을 5개 장으로 묶었을 뿐 평이하게 나열하는 방식이다. 무크지가 담론마다 제목과 필자를 내세우는 데 비해 이 책은 글마다 필자가 있는데도 ‘국립과천과학관 지음’을 표방한다. 왜? 2020년 2월부터 국립과천과학관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그 뒤 제한적으로 문을 열기는 했는데, 관객과 소통이 생명인 과학관이 제 구실을 다 못하는 상황이 됐다. 고민한 결과 유튜브를 통한 ‘언택트’ 접속을 택했다. 관장을 비롯한 연구자, 전시기획, 프로그래머, 해설사 등이 온라인에 총출동해 과학관 몫을 했다. 그렇게 쌓인 콘텐츠를 묶어 책이 됐다. 코로나가 열 일 하는 세상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을 온라인으로 난짝 옮겨놓았나? 아니다. 오프라인의 체험성, 스펙터클함을 옮길 수 없지 않은가. 새로운 콘텐츠를 공감각적으로 바로 시현하기 힘든 탓에 최신 트렌드와 전시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는 오프라인 단점을 장점으로 바꿨다. 스마트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동차회사가 로봇회사를 인수하는 이유, 코로나19 백신의 세계, 질병으로 규정된 노화,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과 중국의 홍수, 재개된 달 탐사 프로그램 등 신문 방송에서 보았던 사안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뿐 아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소행성, 블랙홀, C형 간염바이러스 등 들어는 보았지만 잘 모르는 분야 이야기를 그래픽을 곁들여 조곤조곤 들려준다. 
지난 2018년 11월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에 대형산불 ‘캠프파이어’가 발생해 차량과 주택이 화염에 휩싸였다. 관련 없어 보이는 북미 지역 산불과 아시아 지역 홍수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과학은 지금>은 쉽게 풀어 설명한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지난 2018년 11월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에 대형산불 ‘캠프파이어’가 발생해 차량과 주택이 화염에 휩싸였다. 관련 없어 보이는 북미 지역 산불과 아시아 지역 홍수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과학은 지금>은 쉽게 풀어 설명한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무엇을 외에도 어떻게, 즉 친절하게와 조곤조곤은 과학 또는 공학과 시민 사이에 서 있는 과학관의 운명이다. 어려운 전문용어투성이인 과학과 공학은 일반인에게 넘기 힘든 성채다. 같은 분야 전문가도 자기 연구 분야가 아니면 문외한이기 십상이다. 모든 빛까지도 자신에게 끌어당기는 크고 어두운 별을 ‘블랙홀’, 유전체에서 특정한 부분을 잘라내는 효소를 ‘유전자 가위’라고 친숙한 것을 빌려 명명한 것은 그런 현실의 반영이다. 하지만 어려운 건 어쩌지 못한다. 지구촌이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사실은 들어서 알지만 캘리포니아 산불과 동남아 홍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모른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와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모두 달의 신을 지칭하지만 실행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굳이 안 따진다. 부사가 중요함을 비로소 알겠다. 과학 절대주의에서 벗어나 미쁘다. 과학기술도 틀릴 수 있으며 과학이 정치, 사회, 경제 등 다른 분야와 함께 가야 한다는 인식이 글에 깔려 있다. 산호초의 하얀 경고, 유전자 드라이브로 모기 없는 세상 만들기, 날씨 조작 프로젝트 등이 그렇다. 털보 이정모 관장은 권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진리를 전파하지 않는다. 다만 과학뉴스를 전한다. 이 순간 가장 합리적이고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들을 마치 할머니에게 전하듯이. 과학의 과, 기술의 기만 알면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1권이라 했으니 2권, 3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해마다 더해질 예정이라고 하니, 이 약속이 지켜지길. 그렇다고 코로나19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임종업 <뉴스토마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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