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화성에 도착한 뒤 7개월째 표면 탐사 활동을 벌여온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가 암석에 구멍을 뚫고 코어 시료를 채취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로써 퍼시비어런스에 탑재된 타이타늄 관 43개 중에 처음으로 하나가 채워지게 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르면 2031년 유럽우주국(ESA)과 공동으로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 퍼시비어런스가 모은 시료들을 지구로 가지고 돌아올 계획이다.
NASA는 2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1일 오후 도착한 데이터에 따르면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의 암석에서 코어를 시추한다는 목표를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며 “타이타늄 관에 코어가 제대로 들어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퍼시비어런스가 시료를 채취한 곳은 착륙지인 예제로 분화구 바닥에서 이어진 능선으로 시타델(Cetadelle)로 불린다. NASA는 이 지역이 바람에 의한 침식 작용으로 생긴 암석층으로 덮여 있어 시료 채취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퍼시비어런스가 두 번째 시도 만에 시료 채취에 성공했다. 퍼시비어런스는 한 달 전 80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처음으로 암석 시료 채취에 나섰지만, 너무 무른 암석을 고른 탓에 암석이 가루로 부서지면서 시료를 채취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났다.
루이스 얀두라 NASA 수석 엔지니어는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NASA 블로그에 당시 상황을 전하며 “8월 6일 새벽 코어가 7cm 깊이에 도달했음을 확인하고 다음 데이터가 도착할 때까지 6시간 동안 잠을 자고 일어났다”며 “이후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다”고 썼다.
얀두라에 따르면 눈을 뜨자마자 확인한 첫 데이터에서는 퍼시비어런스가 시료 관 밀봉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나타나 NASA 엔지니어들은 환호했다. 그런데 이어서 도착한 시료 관 사진과 시료 부피 측정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분위기는 바로 가라앉았다. 시료 관 안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틀간 조사한 결과 암석을 뚫고 들어간 퍼시비어런스의 로봇팔에 달린 드릴이나 시료 관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없었다. 대신 암석이 단단하지 않아 쉽게 부서지면서 결과적으로 시료 채취는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퍼시비어런스는 이런 실수 없이 시료 채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퍼시비어런스는 시타델 지역에서 서류 가방 크기 정도인 로셰트라는 암석을 뚫고 들어가 시료를 무사히 채취했다. NASA는 그 증거로 시료가 담긴 코어 관 사진을 공개했다. 코어 두께는 연필보다 약간 두껍다.
퍼시비어런스에 실린 43개 시료 관 가운데 1개는 첫 시도 실패로 비어 있고, 다른 1개는 화성 대기 시료가 담겨 있으며, 이번에 코어 시료 채취에 성공하며 또 1개가 밀봉됐다. 이제 퍼시비어런스에 남은 시료 관은 40개다.
퍼시비어런스는 향후 예제로 분화구의 서쪽 부분을 중심으로 탐사를 진행하며 나머지 40개 관도 시료로 채울 예정이다. 43개 관에 시료가 다 채워지면 무게는 약 1kg이다.
예제로 분화구는 고대 화성에서 강물이 흘러들었던 강 바닥과 삼각주로 추정돼 퍼시비어런스가 채취한 시료를 지구에 가지고 돌아와 분석하면 고대 화성 생명체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시료를 통해 고대 화성의 기후와 지질도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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