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억 년 전 지구는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카엘 브로들리 프랑스 로렌대 암석·지구화학연구센터(CRPG) 연구원은 캐나다 슈페리어 호수 인근에서 발굴한 다이아몬드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6일 지구화학 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골드슈미트 콘퍼런스’에서 공개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약 45억 년 전 지구가 형성되고 35억 년 전 생명체라고 불릴 만한 존재가 등장한 것으로 추정해 왔다. 그 뒤 아주 오랜 기간 잠잠하다가 고생대 초기인 약 5억4000만 년 전에 이르러서야 다양한 생명체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출현한 ‘캄브리아기 폭발’이 일어났다는 학설이다.
캄브리아기 폭발 이전인 약 18억 년부터 8억 년 전까지는 ‘지루한 10억 년(boring billion)’이라고 불릴 만큼 대기 변화가 없었고 생명체의 탄생이나 진화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정체기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진은 캐나다 오대호 중 가장 큰 슈페리어호 인근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굴하고 동위원소 분석법으로 원소들의 조성비를 조사했다. 이 다이아몬드는 27억 년 전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당시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결정적 증거에 해당하는 원소인 수소, 질소, 산소, 탄소의 조성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현재 지각의 맨틀과 다이아몬드 내부에서 이들의 조성비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맨틀 상부는 지구 대기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만큼 고대 다이아몬드는 지구의 ‘타임캡슐’과 같은 역할을 한다.
브로들리 연구원은 “27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원소 조성비가 비슷하다는 뜻은 당시 지구에도 다양한 생명체가 등장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로 27억 년 전 지구도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졌고 '지루한 10억 년'이 예상외로 생명체 증가가 정체된 기간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이승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초기 지구는 생명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행성이었지만 점차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행성으로 바뀌었다”며 “27억 년 전이라는 매우 오래된 고대 암석 자체가 발굴하기 힘든 만큼 이를 발굴해 당시 지구 환경을 추정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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